설교 동영상

에서의 눈물

김범식 목사

창세기 27장은 쌍둥이 동생 야곱이 형 에서의 모습으로 가장하여 병들고 눈 먼 아버지 이삭을 속여 장자의 축복을 얻는 이야기입니다. 뒤늦게 속았음을 알게 된 아버지는 떨면서 분노하고, 에서는 장자의 명분과 복을 다 빼앗겼음에 통곡의 눈물을 흘립니다. 여기에서 자신의 신분과 존재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분과 지위를 탐하려는 ‘명의도용’(identity theft)의 문제가 보입니다. 에서의 눈물을 생각해 봅니다.
첫째 아버지 이삭은 하나님보다 자기 뜻을 우선하였습니다. 이삭은 에서를 더 사랑하였습니다. 죽음이 다가왔다고 거듭 생각하고 에서가 만든 별미 고기죽을 먹고 마음껏 에서를 축복하고자 하였습니다. 별미의 유혹에 빠져 아내 리브가와 야곱이 준비한 고기죽에 눈 먼 이삭은 더 눈멀어 야곱을 에서로 착각합니다. 보통 믿음의 아버지나 족장들은 모든 아들을 불러놓고 각기 축복해 주었지만, 이삭은 편애와 식탐으로 에서만을 축복하려 하였습니다. 생명과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뒷전으로 하고, 죽음을 생각하고 ‘자신’이 축복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삭은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자신이 주는 것이라 착각한 것입니다. 명의도용인 것입니다. 이삭의 불신앙이 아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것입니다.
둘째 어머니 리브가와 야곱은 하나님의 뜻에 장애가 되었습니다. 리브가는 야곱을 편애하였습니다. 그녀의 맹목적인 사랑은 병들고 눈 먼 남편과 큰 아들을 속여서라도 야곱에게서 장자의 축복을 받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들켜서 저주를 받게 될 때에라도 자신이 저주를 담당할 것이라며 아들을 안심시킵니다. 형 에서로 위장하고 염소로 만든 죽을 사냥한 고기죽이라 거짓말합니다. 의심하는 아버지에게 하나님이 금방 사냥하게 한 것이라 더 큰 거짓말을 합니다. 하나님을 망녕되이 일컫는 야곱의 대담함은 남편을 죄책감없이 속이는 리브가에게서 받은 영향일 것입니다. 에서의 이름과 존재를 도용하고 하나님의 복을 자신의 명철과 속이는 지혜로 얻고자 한 불순종이 에서의 눈물이 된 것입니다.
셋째 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긴 것입니다. 야곱을 향한 하나님의 우호적인 선택은 곧 에서를 향한 저주가 아니었습니다. 에서도 후손이 에돔 민족을 이루는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의 장자의 유업보다 지금의 팥죽 한 그릇을 선택하였고, 가나안 여인들을 자신의 아내로 택함으로 부모의 근심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고 큰 아버지 이스마엘의 딸을 또 아내로 맞이하는 잘못된 선택을 계속합니다. 믿음의 아들 장자답게 살지 않는 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명의를 팔아먹은 것입니다. 에서의 눈물은 나태와 게으름으로 자기 것을 지키지 못한 악한 종의 눈물과 같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