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동영상

주님을 만난 자리

김범식 목사

종교학자 Rudolf Otto는 거룩함에 대한 근본적인 감정은 “신비로운 떨림”이라 하였습니다. 세상의 근원이 되고, 인생의 중심이 될 만한 존재를 발견하고 만나게 될 때 오는 감정은 인간을 종교적이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갈릴리 호숫가 가버나움에서 어부로 살던 시몬은 갈릴리 지역에서 사역을 하시던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그분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군중들에게서 조금 떨어지시기 위해, 시몬의 배를 이용해 말씀하시던 주님은 군중으로부터 시몬의 삶에 주목하고 말씀하였습니다. 주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느낀 베드로의 감정은 그의 일생을 바꾸었습니다.
첫째, 의존의 감정입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는 주님의 말씀에 시몬은 대답합니다. “선생님, 밤이 새도록 우리가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만,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단조로운 일상이기에 어쩌면 허무와 무기력감에 빠진 베드로는 삶의 무게를 자발적으로 고백하면서, 말씀에 의지한다고 말합니다. 19세기 신학자 Schleiermacher는 절대적 의존의 감정이 종교심의 발로라고 말하였습니다. 일상의 무게감에 허덕이며 살다가, 세상과 인생의 중심되는 분을 만나게 되었을 때 베드로는 스스로 의존하게 된 것입니다.
둘째, 합당치 않음의 감정입니다. 깊은 곳에서 그물을 내렸을 때에, 기적같이 많은 고기가 잡혔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베드로에게 주님은 아무 말씀을 하시지 않았지만, 주님의 침묵을 오히려 두려워하며, 발 앞에 엎드려 고백합니다. “주여, 저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입니다.” 사실 베드로는 군중으로부터 자신을 주목하시고 말씀하시는 주님께서 호수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깊은 곳에 그물을 내리시는 절대자의 존재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인생의 얕은 물가에 살면서 일상의 삶에 피곤해 하고 삶의 무게가 더해 갈수록 기대감이 없어지는 생활에서 베드로는 주님을 발견하고 기적같은 일에서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낀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얼마나 주님께 합당하지 않는 존재임을 고백합니다.
셋째 희망과 사랑의 감정입니다. 예수님은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베드로를 향하여 “고기 낚는 어부가 아니라, 이제 후로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리라” 고 선포합니다. 베드로가 부족하고 연약하지만 예수님은 그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지 않고는 참되게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과 기대가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합니다. 허무와 상실의 시대에 주님을 만나는 자리가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