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동영상

Cur Deus Homo

장경철 목사
중세시대 철학자이며 신학자였던 성 안셀름(St. Anselm)은 짧지만 매우 인상적인 제목의 글을 썼다. “Cur Deus Homo?” “왜 하나님은 사람이?” 도대체 하나님은 왜 사람이 되었는가? 이 글은 우주 최고의 기적이 된 사건의 의미를 다룬다. 도대체 창조주는 왜 피조물의 한 부분이 되기로 결단했는가?
하나님이 진정 창조주라면, 손상된 우주를 폐기하고, 새로운 우주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화가가 유능한 화가라면, 망쳐진 그림을 버리고, 새로운 그림 한 장을 그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전 그림에 불필요하게 넣어주었던 자율적 기능을 축소하고 오류를 방지하는 안전기능을 추가하면 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화가는 그림의 일부분이 되기로 작정하여 스스로 찢겨진 존재가 되었으며, 버림받은 존재가 되었는가? 도대체 화가는 왜 자신의 능력을 자신답게 펼치는 일보다 그림을 회복하는 일에 투신(投身)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했기 때문(요한복음 3:16)이며 세상에 있는 피조물에 대해서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손상된 상대방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품에 간직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허락된 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사랑했으며 가치를 두기로 결단한 이 운명적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손상된 상태로 폐기장으로 던져질 수밖에 없었던 피조물의 운명 가운데 기적적으로 펼쳐진 하나님의 투신의 사건 위에 기독교는 잉태된다. 망쳐진 우주가 새롭게 회복된 사건 속에서 기독교가 시작되었다면,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재활용의 종교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가치 있게 여겼고, 그 가운데 있는 나를 가치 있게 여겼다면, 이제는 우리도 우리 자신을 정죄하지 않고 귀하게 여기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새롭게 살리는 것이 기독교 복음에 대한 합당한 응답이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이사야 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