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동영상

죽음, 그리고 유업
김범식 목사

죽음이 슬픈 것은 살았던 존재와 그의 흔적이 쉽게 잊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 함의 아내 사라가 127년의 생애를 살고, 가나안 땅 헤브론에서 죽었습니다. 남편 아브라함과 함께 고향 땅을 떠나, 적어도 60년 이상을 부부로 살다가 한 줌의 흙 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라의 죽음 후에 보이는 아브라함의 모습은 자신과 죽은 아내 사라가 자손들에게 잊혀지지 않도록 남기는 유업(legacy)이었습니다.
첫째, 사랑의 유업입니다. 아브라함은 아내의 죽음 앞에 슬퍼하고 애통하였습니 다. 이 모습은 일평생 함께 한 아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부부생활에 위 기가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를 누이라고 속이며 애굽의 바로에게 쉽게 넘겨주며 아내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사라는 변덕을 부리며 결국 첩 하갈 과 아들 이스마엘을 가정에서 쫓아내며 남편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부부생활의 위기를 넘기고 사랑의 백년해로를 한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처받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 랑을 하지도 받지도 않고 사는 곳은 지옥 밖에 없습니다.
둘째, 믿음의 유업입니다. 아내 사라가 죽었을 때, 아브라함은 슬픔에만 잠겨 있지 않고 해야 할 믿음의 일을 하였습니다. 헷 사람 에브론의 밭에 있는 막벨라 굴을 매장지로 생각하고 그에게 요청하였습니다. 에브론은 선물로 줄 것을 제안 하였지만, 아브라함은 거절하고 비싼 값으로 사게 됩니다. 사람에게 받는 땅이 아 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약속을 믿고, 작은 땅이지만 비싼 값을 지불하고 소유합니 다. 선물이나 행운 혹은 탈취로 소유한 것이 아니라 희생과 믿음으로 소유한 것입 니다. 아들 이삭도 손자 야곱도 같은 믿음을 가지고 아브라함이 산 땅에 묻히게 됩 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지만, 슬픔을 넘어서서 믿음의 유업을 남기기 위해 아 브라함은 막벨라 굴 뿐만 아니라, 그 굴이 있는 밭마저도 사버립니다. 밭에 감추인 보화를 얻기 위한 믿음의 유업이었습니다.
셋째, 소망의 유업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아브라함은 더 나은 본향을 바라보 며 살았고 이 소망을 아들 이삭과 손자 야곱에게 함께 장막생활을 하며 남겼습니 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의 이별 때문에 흔히 “그 사람을 잃었다” 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죽은 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믿고 소망한다면, “잃었다” 고 말하지 않 습니다. 이것은 소망이 남기는 유업인 것입니다. 사람의 모든 것이 끝났다 고 여겨 지는 거기에서부터 비로소 하나님의 역사는 새로이 시작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