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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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명의 공동체 >>


10여 년 전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에모리 대학병원에서 채플린으로 일하며 만났던 릴리아라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30대 중반의 이 여성 환자는 이미 2년째병원신세를 지고 있었지만, 상태가 자꾸만 악화되어 그 당시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생명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환자 옆에는 언제나 한 노년의 여성이 조용히 앉아 책을 보거나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릴리아의 어머니였습니다. 제가 이 어머니와 자주 만나고 대화를 하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지난 2년의 세월동안 이 환자의 어머니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환자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비록 날마다 악화되는 병세로 지금은 산다는 희망이 거의 없어 보였지만 이렇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를 곁에 둔 릴리아는 참 행복한 환자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병이 시작되기 전 릴리아는 플로리다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전문직 여성이었습니다.하지만 몸의 작은 장기에서 시작된 병은 어느새 이 여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딸이 힘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얼마나 아팠을까요?
어머니의 정성스런 간호에도 불구하고 어느 따듯한 오후에 릴리아는 세상과 작별하고말았습니다. 병동에서 호출을 받고 올라가던 저는 릴리아의 어머니가 얼마나 상심이 클지 걱정이 되어서 마음이 무거워지지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병실에 도착하니 싸늘한 주검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한 여인의 힘없이 늘어진 어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릴리아의 어머니에게로 다가가서 말없이 손을 잡았습니다. 한참 동안을 그저 그녀의 곁에 앉아있기만 했을 뿐 어떤 위로의 말도 건넬 수 없을 정도로 릴리아의 어머니의 슬픔은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하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릴리아의 어머니의 무거운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놀랍게도 “감사”였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런 딸을 지난 2년 동안 후회없이 사랑할 수 있도록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백했습니다. 그토록 사랑스럽던 딸이 병을 이기고일어서는 것이 이 어머니의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희망보다는 딸이그 힘든 병과 싸우는 동안 영원한 생명에의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돕는 데에만 집중했으며, 그 일을 2년이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동안 릴리아는 비록 죽어가고 있었지만 얼마나 자유로웠을까요?
우리의 사랑은 상대방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행여 우리가 주는 사랑 때문에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의 배우자가, 우리의 교우들이 자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지는않습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공동체가 사랑과 자유가 함께 손잡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는 어려운 길을 기꺼이 걸어가면 좋겠습니다.